용산참사 피고인들 재판부 등지고 재판

변호인단 사임... 방청객 4인 법정구속, 5일 구류

검찰수사기록 3천 쪽 공개 없이는 변론을 할 수 없다며 용산참사 변호인단이 사임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1일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용산참사로 기소된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농성자 9명에 대한 공판을 변호인단 없이 국선 변호인만 입회한 채 강행했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만으로 공판을 강행하자 피고인들은 "국선변호인과 협의도 없었고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며 재판부에 공판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재판부는 충분한 의견제시를 했고 서증조사라 국선변호인이나 피고인들만 있어도 충분히 재판을 할 수 있다”며 공판을 진행하려 했다.

재판부와 피고인들 사이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오늘 재판 받는 것을 거부 하겠는가?” “재판이 진행되면 벽을 보고 있겠다” “허용하지 않겠다. 모두 퇴장시키고 피고인들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 “따로 변호인단과 얘기할 시간도 없었고, 변호인을 따로 선임 할지 알아봐야 한다. 재판을 연기해 달라”

양쪽의 공방이 이어지자 방청객들이 “변호인 없이 재판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방청객 4명이 마스크를 쓰고 항의의 표시로 일어섰다. 재판부는 애초 있던 CCTV외에도 두 대의 캠코더를 동원해 방청객을 감시했다. 150여 석이던 417호 대법정엔 126명까지만 입장을 허용했고 방청객에 대한 검색과 가방 수색도 했다. 재판부도 철거민들의 항의에 권위를 의식해 미리 대응을 준비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어선 4명을 법정구속하고 공판이 끝난 후 감치 재판을 통해 5일간의 구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5일간 살게 된다.

  150여 석이던 417호 대법정엔 126명까지만 입장을 허용했고 방청객에 대한 검색과 가방 수색도 했다.

방청을 하던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재판부에 피고인들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새롭게 변호인을 맡겠다고 의사를 밝힌 분이 3-4분 계시다. 시간을 주시면 피고인들은 앞으로 충분한 재판을 받으려고 한다. 재판을 방해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연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전히 국선변호인으로 충분하다며 재판을 강행했다.

이번엔 방청석에 앉아 있던 문정현 신부가 재판부에 “방청객도 변호인이 없는 재판은 방청할 수 없다. 모두 조용히 나갈테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항의하던 방청객들이 모두 나가자 재판부는 검찰의 특공대원 추가 진술서를 읽게 하고 공판을 끝냈다. 검찰이 추가 증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허락를 받아 항의의 표시로 방청석을 향해 돌아앉았다.

공판을 마치고 재판부는 “부동의 한 증거는 증인심문 과정에서 조사 할 것”이라 밝혔다. 증거부동의는 검찰이 기소장에 담은 진술을 피고인들이 증거능력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일주일 뒤인 8일 오후 2시 311호 법정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311호 법정은 좌석이 40석이다.

한편 용산철거민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을 법정에 남겨둔 채 사임하는 우리 변호인단은 정권의 충견으로 전락한 검찰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반칙과 이를 묵과하고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려는 재판부의 비겁함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법이 허용하는 절차 내에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절치부심하였지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우리들의 무력함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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