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연과 대화 기회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정보계 직원, 자책감 토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30일도 오전 10부터 용산 참사 공판을 열고 서울경찰청 소속 화재 감식반원, 서울경찰청 소속 정보계원, 구속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 경찰특공대원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날 증인으로 선 참사 당시 서울 경찰청 정보계 소속 K씨는 “시공사, 시행사, 용산구청, 용산 4구역 철대위, 전철연, 용산경찰서가 한번쯤 모두 만나 6자 대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증언을 했다.

K씨는 이 같은 증언을 하다 목이 메여 잠시 진정할 시간을 달라며 3분여 동안 법정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는 참사가 발생한 후 스스로 지원해 서울경찰청을 떠나 일선경찰서로 갔다. 법정으로 돌아온 K씨에게 한양석 부장판사는 “증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추궁하는 것이 아니니 기억이 나시는 대로만 말씀 해 달라”고 위로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K씨는 용산 철거민들이 망루는 짓던 날 서울경찰청 정보망을 통해 들어온 무전 내용을 듣고 망루를 짓는 현장에 나갔다. K씨는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한 후 철거민들과 시행사, 시공사와의 협상을 주선하겠다고 보고했다.

K씨는 “6자 만남을 주선했지만 전철연 대협국장 L씨가 병력을 우선 철수 시켜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전해 테이블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주선자로서 이번 참사사건의 아쉬움이 뭐냐는 질문에 “한 번도 (6자가) 만나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K씨는 이어 “19일 밤 10시에 특공대가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협상을 주선하려고 L씨를 두 번 더 만났지만 전철연이 경찰 병력 철수만 요구해 얘기가 안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런 K씨의 증언에 따라 전철연의 선 병력철수 요구가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는 취지로 “불법행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무장을 했는데 철수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었다. K씨는 “그런 경우는 없었고, (경찰이)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K씨와 만났던 전철연 소속 L씨는 "병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내려와서 얘기할 수도 없고, 밑에 있는 분들이 내려오면 잡혀갈 수 있다고 해 선 병력철수를 요구한 것”이라며 “생떼를 쓰려고 병력을 빼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찰병력이 주변에 새까맣게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전철연의 망루농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L씨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왜 짓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용역이 지역에서 폭행을 일삼고, 밤에 옆집을 반파해 위태로울 정도로 놔두고, 가로등이 끊긴 곳에서 아이들 등하교 길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웃통을 벗는 행위를 한다. 모여 살 수밖에 없다”며 “망루에 모여 사는 것은 용역과 외부의 폭력에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2008년 전철연 총회자료집에 망루농성은 적들을 타격하기 위한 전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적은 용역과 경찰이 아니냐“며 전철연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질문을 던졌다.

L씨는 “주거세입자들은 주민세와 월세를 내고 살지만 개발이 시작되면 인간대접을 못 받기 때문에 전철연에 철거민들이 모인다”면서 “철거민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은 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에게 왜 여러 군데 철거현장 집회에 다녔냐고 물으셨는데 처음 합의했던 임대아파트가 그대로 됐으면 제가 5살 아들을 놔두고 두 번째 옥살이를 했겠느냐”고 반문하고 “저도 당해봤는데 용산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열사가 며느리 앞에서 용역에게 뺨을 맞고, 며느리에 욕을 하는 그 옆에서 재개발 조합원이 웃고 있는 광경을 봤다. 그 아픔을 알아서 함께 했다. 우리 자식 세대는 제대로 살아보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저희는 폭력시위가 목적도 아니고 테러집단도 아니다”고 말했다.

L씨는 “철거민들이 모인 것은 테러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화염병을 던지려고 한 것도 아니다. 안전하게 요구안을 관철해서 평화롭게 내려올려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그런 철거민들의 상황 없었으면 지금 5학년 아들을 학원에 보내주고 그렇게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씨는 철거민들이 망루에 통상 세녹스를 들고 들어가는 이유를 놓고는 “망루농성에 돌입하면 바로 단전단수가 들어온다. 물은 생수를 가져가지만 전기발전기에 들어가는 휘발유가 세녹스다. 물과 전기 없이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그

철거민 , 전철연 , 화염병 , 화재 , 망루 , 용산참사 , 세녹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camomile

    인간성 상실은 재개발과 철거라는 사회적 폭격이 강행되었기 때문이다!
    삶의 막판에서 물려고 달려들지 않는 동물이 있단 말인가?

  • 개돼지들

    용역깡패, 철거업체, 건설업자, 재개발조합원, 협회, 짭새, 공안, 골통수구언론, 정부, 그리고 자본가들.... 이들은 용산참사의 진범들이고 개돼지들이다. 개돼지보다 못한 인간들... 억울한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 한말씀

    철거문제가 해결안 되고 투쟁상황에 돌입하게 될 때 그 상황에 아무런 결등없이 참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역에 투쟁가가 울려퍼질 때 "나 죽었다" 복창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은 평안한 것을 좋아하고 결론적으로 평안한 삶을 택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다 헐려나간 쓰레기더미에서 살고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날마다 욕지거리 해대며 폭력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해대는 깡패들이 넘실거리는 데서 살고픈 사람이 어딨겠는지요?

    요는 이리저리 궁리하고 다른 데 이사갈 곳을 남모르게 찾아도 보나, 새로운 살곳 마련이 되어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하루하루 갈등과 눈물과 한숨과 악다구니에 싸여 철거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 한말씀

    그런 지경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땅 주인도 아니고 집주인도 아니니 빨리빨리 나가버려라> 라고무작정 내쫓아버리는 게 말이 되겠는지요?

    살 곳, 갈 곳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