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인민전선 대표 피살...전국 대규모 시위

야권, “정치적 교살”에 맞서 총파업 주창...총리, 과도정부 해산

정치적 격랑 속에서 혁명 2주년을 맞은 튀니지인들이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피살 소식에 충격에 휩싸였다. 총리는 긴급히 과도정부 해산을 선언하고 무소속 전문 관료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 방침을 밝히며 사태 무마에 나섰으나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은 보다 심화될 조짐이다.

6일 튀니지에서 좌파 야당 민주애국자당(DPP)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피살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투니스 정부 청사에 모여 “정치적 교살”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으며 슬픔과 분노를 터뜨렸다. 2년 전 혁명이 촉발된 시디 부지드에서도 4천 명 이상이 시위에 나섰다.

[출처: http://www.aljazeera.com/ 화면캡처]

좌파 민주애국자당 의장 벨라이드는 6일 오전 그의 자택 앞에서 머리와 가슴에 5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 그는 튀니지 혁명 후 피살된 2번째 정치인이다. 지난해 10월 야권의 한 정치인도 그의 사무실을 습격한 정부 지지자에게 폭행당한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벨라이드는 신임받는 가장 강력한 정부 비판자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튀니지 빈민 지역에서 자란, 신념 있는 사회주의자인 그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독재에 대해 경고해왔다. 그는 지난해 다른 야권 지도자들과 함께 좌파연맹인 인민전선을 결성했다. 튀니지에서 인민전선은 현재 3번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살해되기 전날에도 벨라이드는 늘어난 정치적 탄압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벨라이드는 피살 전날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 정치적 살해에 대해 경고하고 그 스스로도 여러 번 위협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많은 정치인과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병원을 찾았고 어린 학생들도 잇따라 방문했다.

피살 소식 후 사람들은 수도 투니스 정부 청사, 엔나흐다 중앙당사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 여당 당사를 공격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곤봉과 최루탄으로 진압했다. 청년들은 쓰레기통과 카페 테이블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했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시위가 고조되며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사람들은 “두 번째 혁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람들은 또한 “빵과 물을, 그러나 엔나흐다는 반대”라고 소리쳤다.

야권은 전국 총파업을 호소했다. 엔나흐다당의 지지도는 극도로 낮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호소에 참여할 것이라고 BBC 통신원은 보도했다. 7일 전국의 대학, 학교와 영업소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전선을 포함한 4개 정당은 현재 헌법을 제정하고 있는 국회 등원 거부를 선언했다.

시위에 나선 한 사람은 “우리 모두는 튀니지인이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그것은 상관없다. 이와 같은 일이 우리의 땅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외쳤다.

공화의회당의 한 정치인은 이슬람 엔나흐다당 아래 연립정부를 비난하고 “수 개월 동안 정치적 폭력을 무시해온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 남성은 “우리는 엔나흐다에 신의 축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들을 선출했다. 그러나 그들은 종교를 빠르게 잊어버렸고 그 대신 자신의 지위만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화면 캡처]

이슬람협력기구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카이로를 방문했던 몬세프 마르주키 튀니지 대통령은 서둘러 귀국 계획을 밝히고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번 참사가 아랍 혁명의 반대자들의 메시지라며 계속해서 혁명의 적에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엔나흐다당과의 연정에 참여하는 세속주의 공화의회당 소속인 그는 지난 3일 연정 붕괴를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벨라이드 피살 후 튀니지 과도정부 하마디 제발리 총리는 과도정부 해산을 선언하고 전문관료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과 총선 계획을 밝혔다. 제발리 총리는 “무소속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정부를 구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벨라이드와 대학 때부터 알고 지냈던 모하메드 소우이씨 교수는 “엔나흐다와 살라피스트는 의도적으로 그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벨라이드가 민중의 정치인으로 여권이 두려워하는 용기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벨라이드는 사상을 자극하는 사람이었고 이것이 튀니지에 필요했다. 이제 이 땅은 깨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벨라이드의 죽음이 정치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튀니지 사회를 단합하게 하고 민주주의 세력이 공동으로 하나의 민주 국가를 위해 싸우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1년 10월 제헌 의회 선거에서 42%를 얻은 엔나흐다는 세속주의 공화의회당(CPR)과 에타카톨당(Ettakatol)과 연립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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