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여성행진, 두 개의 퀼트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여성행진 측에 퀼트 줄 수 없다"

'빈곤의 여성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요 의제로 내걸고 대안세계화운동에 여성의 의제를 결합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의 주도로 전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여성행진이 한국에서도 진행되었다. '2005여성행진'은 2004년 12월에 열린 세계여성행진 총회에서 채택된 '인류를 위한 세계여성헌장'에 담긴 가치와 정신을 토론하며, 각 국 여성들의 요구를 담은 퀼트를 이어 거대한 패치워크를 완성하는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3월 8일을 시작으로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10월 17일 최빈국인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두 개의 여성행진

한국에도 세계 여성들의 연대의 의지를 담은 '퀼트'와 '세계여성헌장'이 도착했다. 이는 7월 3일 일본에서 넘어왔으며 이후 필리핀으로 전달되었다. 이러한 '2005여성행진'을 맞아 한국에서는 3일과 4일 각각 다른 행사가 진행되었다. 3일 5시 대학로 마로니에에서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이 주최하여 '여성들의 연대와 저항'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와 4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뒷 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실현'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가 그것이다.

  3일에 열린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세계여성행진'에서는 참가국들 마다 그 나라의 행사를 준비하는 코디네이터를 선임하여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코디네이터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선정되었다. 이와는 다른 흐름으로 '성주류화 전략'에 의한 여성정책을 반대하며 광주민중행동,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문화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인천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연대회의 등 시민사회학생 단체들이 모여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폭력을반대하는여성행진'을 구성하고 전국순례단 활동 등을 진행하며 '2005여성행진'을 알렸다.

두 개의 퀼트

이 과정에서 준비 단체들은 집회는 각자 진행하더라도 한국에서 퀼트를 공동제작하고, 전 세계를 돌고 있는 퀼트에 한국의 퀼트를 연결하는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에서 '성노동자 운동, 가능한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기존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성매매 근절 논의와는 다른 방식의 논의를 진행하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측은 퀼트를 공동제작할 수 없음을 전달해 왔다. 전 세계를 돌고 있는 '퀼트'는 세계 여성들의 연대와 공동의 의제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그 상징성이 있다.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은 6월 29일 오전 11시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과 공식면담을 진행하고, 공문을 통해 퀼트를 공동제작할 것을 다시한번 요구했다. 공식면담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측은 "성매매와 관련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여성인권 쟁취라는 여성운동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그리고 세계여성행진의 권리헌장과 위배된다는 점을 근거로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이 퀼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가부장적 문화와 억압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잡은 한국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보수계층과 언론의 왜곡이 심한 지금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노동자 논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은 "세계여성행진 내에서 지난 몇 년 간 성매매에 관해 진행된 논쟁을 조사해 보았으며, 세계여성행진 내에서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다만 △성매매 여성들에게 주택, 재정 및 법적 지원 보장 △유입국에서 사회보장과 주택에 대한 권리 보장 △인신매매범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중 (여성에 대한) 보호 보장 △성매매 여성과 인신매매 피해자의 비범죄화 △조직화할 권리 보장 △인신매매의 현실에 대한 공공교육을 포함해 인신매매범에 특히 노출되어 있는 나라의 여성들에 대한 사전방지 프로그램 도입 정도의 합의가 있었음을 발견하였다"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제시한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보장이라는 입장이 세계여성행진의 정신, 또는 이를 표명한 권리헌장에 위배한다"는 판단을 비판하였다. 현재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 측은 '세계여성행진'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은 상태이며,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보낸 공문은 답이 없는 상황이다.

  4일에 열린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실현' 행사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4일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실현' 행사에서 발표된 선언문에는 "선불금과 빚의 굴레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찾취해 오던 포주들은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억압했던 여성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주장하며, '성매매 합법화'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의 구조화'를 꾀하고 있다"며 현재의 논쟁 중인 '성노동자 운동'을 비판하고 "이러한 반여성적이자 반인권적인 포주들의 불법적인 주장을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로 둔갑시키고 있는 무분별한 언론의 행태 역시 성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힘겨운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공동체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구조화하면서, 자신들의 사적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는 불법적 이익집단의 반인권적 주장을 단호히 거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자는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과의 전화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성매매와 관련한 쟁점을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하였다.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을 준비했던 김정은 활동가는 "여성행진 측에서 성노동자 입장을 전체의 입장으로 지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는 발언을 무시하고 갈 것이 아니라면, 이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노동자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쟁점이다"고 밝혔다.

말레아 무네스, "중앙화 된 체계는 페미니스트들의 자율적 활동에 도움 안되"

'세계여성행진'은 여러 가지 의제들 중에 '탈중심화'를 핵심의제로 선택하고 있다. 말레아 무네스 아시아코디네이터는 지난 1일 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에서 주최한 '세계여성행진을 통해 본 세계화 반대 국제연대 방향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세계적으로, 일국적으로 많은 쟁점들이 존재하고 이것들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조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여 '세계여성행진'에서는 탈중심화, 자율적 활동을 중요시 여긴다. 중앙화 된 체계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용인될 수 있지만 페미니스트들의 자율적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문제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페미니스트들의 자율적인 논의와 활동이 어떻게 구연되었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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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행진 ,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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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여연 사무총장이 전화인터뷰를 거절한 이유가 성매매와 관련한 쟁점을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면, 참세상 역시 관련한 쟁점을 왜곡해왔다는 것인데...그런건가요? 저는 참세상이 그간 올바른 운동의 관점에서 성실하게 보도를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기분이 과히 좋지 않은 소식이네요.

  • 뽀삐

    참세상이 언론을 왜곡한것이 아니라 여연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주길 원하는 것이겠지요.
    설사'빈곤과폭력에저항하는여성행진.측이 성노동자와 함께 한다하더라도 기득권을 가진 여연에서 끌어안고 가야하는건 아닌지요.여성행진 끝나고 논해도될 성매매문제 때문에 함께 해줄수 없다는건 가진자의 오만으로 밖에 볼수없네요,여성을 위한다는 여성행진에도 빈부의 차가있는건가요,행진에 참가한 외국의 손님들도 가진자와 못가진자가 따로 왔답니까?...

  • 쭌모

    카피는 매우 섹시하게 자극적으로 뽑았는데..
    잘은 모르지만 저도 그 과정의 논의에 잠깐 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여연은 한국측 코디네이터 단체였고. 그와 관련한 공식일정이 4일이었고. 그럼 3일 행사에 퀼트가 쓰여지는건 뭐가 좀 안맞는거 아닌가요?
    두번째 제기인 성매매여성에 관한 입장의 차이에 있어서는 아직 고민을 더 해 봐야 하겠지만.. 저는 연대니 뭐니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기사에서 이런식으로 섹시하기만한 기사를 봐야한다는게 좀 고통스럽군요. 더구나 다음이 아닌 참세상에서 말이죠..

  • 이슬이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 김선일살해주범 노무현 퇴진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여연의 일관된(?) 태도를 볼 때 예측가능한, 그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뷰마저 거절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매체권력보다 한 수 높은 권력의 의지라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운데에서 줄타기하며 맘고생으로 기사쓰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참세상 동지들.

  • 독자

    나도 아직 동의하지 않아요. 이런 예민한 문제에 대해 진보단체 일부 여성활동가들이 밀고 나가니까, 이것이야말로 여성들의 연대를 해치는 행위지요. 사회운동 단체에 있는 젊은 여성 활동가들 대부분이 학습과 정치성외에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공감능력이나 실질적인 문제의식은 굉장히 취약하잖아요? 왜냐면...실제로자신들이 그러한 삶에 몸담고 있는 않고, 그들과 일상적인 경험도 매우 취약하니까. 뭐라고 할까. 그들의 글이나 말하는 것을 들으면, 여대생 티가 나요. 열정은 가상하나...이해력, 깊이, 공감, 소통 이런것들에 대해 빈곤함을 많이 느낍니다.

  • 어머

    그래서 7월 3일에 '여성행진'측이 집회를 연것 같구요

  • 참여인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녀들의 생계에 대한 고려 뿐이다.어디선가 사회적 낙인이 주요한 문제라고 하던데...솔직히 이것은 여성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좋은것과 나쁜것 어느쪽에다 두는 것이 사회진보에 더 기여할 것인지 말이다. 지금 성매매종사 여성들의 생계권이나 저항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그녀들을 성노동자라 칭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잖아? 그녀들의 말마따나 자활대책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책이지뭐.
    성노동자라 하면, 성산업도 유지될것이고, 노조도 만들려고 하겠지? 노조도 합법화되어야지? 그러러면 (성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자동으로 산업도 합법화되지? 그러면서 어떻게 성매매를 폐절하겠다는 것이지???
    그녀들만의 문제도 아닌데 말이야. 수많은 여성들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갈거야...자본가들이 어떤 놈들인데, 아마도 식당이나 공장의 여성들은 저임금으로 계속 묶어놓고, 덜 힘들면서 돈 더 벌고 싶으면 성매매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할 꺼야... 물론 이때쯤이면 성노동자노조는 성산업주들과 공생하는 상층조직으로 권력을 갖고 있겠지뭐...사회진보 여성 활동가들, 그때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줘...그때가 되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을수 있을것 같군.

  • 시민j

    "수많은 여성들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갈거야...자본가들이 어떤 놈들인데, 아마도 식당이나 공장의 여성들은 저임금으로 계속 묶어놓고, 덜 힘들면서 돈 더 벌고 싶으면 성매매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할 꺼야... "
    ==> 과대망상의 극치로군요. 자본가들은 나쁜놈들이기는 하지만 머리가 없는 악의 화신은 아닙니다. 식당과 공장의 저임금이 성매매를 강요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이야기에는 실소가 나오는군요.
    여튼, 위의 '참여인'의 주장은 성매매 폐절 때까지 그 여성들의 권리,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인데, 이런 오만함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녀들이 스스로의 해방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것이 바로 '운동'입니다. 컴페인이 아니라요

  • 풀잎

    안녕하세요?

    이번 기사 마지막에서 '자율적 흐름'을 이야기하며 여연의 태도를 비판한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진보연대 등이 '성주류화 전략'을 비판하며 따로 집회를 연 것은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해서 '성노동자'란 말을 공식화 시키는 것까지 자율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세계여성행진의 상징인 '퀄트'도 함께 썼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7월 3일 집회에 참여한 성노동위인가 뭔가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불금과 빚의 굴레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찾취해 오던 포주들은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억압했던 여성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주장하며, '성매매 합법화'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의 구조화'를 꾀하고 있다"하는 여성단체연합의 비판이 딱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노동의 개념을 들먹이며,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이와 같은 여성주의 정신과 완전히 어긋나는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까지 무대에 올라 당당히 발언을 하는 7월 3일 집회에 세계여성행진의 공식 상징물을 주지 않은 것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성노위인가 뭔가 하는 잘못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국내 국외 여론을 향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여성행진 공식 행사 때, 우리 성노위가 참여해 성매매 특별법을 비판했다"같은 식으로 떠벌리고 나니며, '세계여성행진'이라는 행사의 공식성과 이름을 빌려 여기저기 악용하고 다닐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을 차단한 여성단체연합의 행동은 참 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단체연합의 행동을 자율적 흐름을 막는 것이라고, 마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패권적인 것처럼 비판하며 기사를 쓴 것은, 특정 정파의 입장을 두둔하기 위해, 이번 상황에 맞지도 않지도 않고, 독자로 하여금 여성단체연합이라는, 그동안 열심히 여성주의를 위해 활동해온 훌륭한 단체를, 마치 자율적인 흐름을 인정하지 않는 패권적 세력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경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단체연합이 처음부터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견해차이를 두고 벌어진 2개의 행사를 인정하지 않으며, "세계여성행진의 공식 상징물인 퀄트를 줄 수 없다"하고 그야말로 패권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는 잘못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7월 3일 여성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노동자'란 말을 공식화하고 전면화하는 사회진보연대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퀄트를 주지 않은 것이지요.

    제 생각의 경우도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사회진보연대측이 '성노동자'라는 말을 써야만 했는지, 그 부분은 오직 단체 사이의 의견차이 정도로 존중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떻게 보면 매우 많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그동안 한국사회 여성주의 운동진영의 일관된 목소리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이번 행사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그렇게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주장을 하고, 다른 단체와 좀 더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하려고 시도하는게 바람직한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평소 파병반대 투쟁 등, 공동의 활동을 해온 사회진보연대와 연대회의 동지들이 펼치는 활동이었기에, 7월 3일 대학로에서 열린 여성행진 행사를 관심있게 지켜보며 참여를 고민했던 저로서도, '여성행진' 주최측 이름으로 '성노동자' 개념을 공식화하는 신문, 토론회, 발언 등을 배치한 것은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글에서도 비판했듯이, '여성행진' 주최측 명의로 이러한 일들을 펼친것은 사회진보연대 동지들이 자기 단체의 주장을 이번 행사를 통해 무리하게 확대시키려 한 욕심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여성단체연합에서 퀄트를 7월 3일 행사와 공유하지 않은 것도 결국 사회진보연대 동지들의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이와 관련해 7월 3일 여성행진 행사를 함께 준비해다고 하는, 문화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의 동지들도 '성노동자' 주장에 동의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 기사에서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반대 때문에 행사가 따로 열리게 되었다는 데, 그렇게 행사를 따로 열게 될 정도로 문제가 된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입장차이가 과연 무엇인지,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기사 내용도 '성노동자'란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에만 관심을 두고있는데요. 맨 처음 어떻게 '성 주류화 정책'을 두고 행사 준비위가 따로 꾸려지게 된 상황까지 이르렇는지, 그것이 '두 개의 여성행진, 두 개의 퀼트'란 제목을 단, 이번 기사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번 기사에서는, '성노동자'란 개념을 공식화하는 것에 반대해 공식행사의 상징인 퀄트를 공유하지 않은 여성단체연합의 입장과 태도를 '패권주의'라고 여겨지게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저 역시도 이건 뭔가 민중언론을 표방하는 참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사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정 정파의 입장을, (특히 기사 마지막 부분에서) 상대방을 '패권주의 세력'으로 근거없이 비판하면서까지 옹호하려 하는 이와 같은 기사는 참세상의 독자층을 더욱 좁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여성단체연합에 속한 여러 여성주의 단체들만 해도, 이와 같은 기사를 본 뒤, 참세상에 대한 안좋은 생각과, 더 나아가 참세상이 대표하는 이른바 좌파 노동운동 진영 전반에 대해 더욱 더 많은 편견만 갖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더욱 더 좋은 참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지나가다가 잠깐 비판은 하기 쉽지만,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풀잎님께

    기사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주택, 재정 및 법적 지원 보장 △유입국에서 사회보장과 주택에 대한 권리 보장 △인신매매범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중 (여성에 대한) 보호 보장 △성매매 여성과 인신매매 피해자의 비범죄화 △조직화할 권리 보장 △인신매매의 현실에 대한 공공교육을 포함해 인신매매범에 특히 노출되어 있는 나라의 여성들에 대한 사전방지 프로그램 도입 정도의 합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성노동자 운동을 준비하시는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와 무엇이 그렇게 크게 다른가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제가 알기로 성노동자 운동을 준비하시는 성매매 여성들의 주장 또한 위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문제입니까?
    성매매 방지법을 통해서 탈성매매한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성매매 현장과 자신의 경험은 무척이나 존중받고 있습니다(물론 이 여성들의 경험과 평가는 소중하게 받아들여져야 하고, 저 또한 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연 등의 단체에서 계속 제시하고 있는 사례들도 성매매 방지법을 통해 탈성매매에 성공한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분명 그렇지 못한 여성들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 여성들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무조건 포주들의 사주나 폭력에 동원된 여성으로 몰아부치고, 배제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설사 현재 이 여성들이 포주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여성단체, 운동단체들이, 활동가들이 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앞뒤 다 자르고 '성노동'을 주장하기 때문에 반여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반대로 행사가 따로 준비되었다면 그것에 대해 더 깊이 기사를 썼어야 한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성주류화 전략' 10년의 결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성매매 방지법을 둘러싼 논쟁인 것 같습니다. 성주류화 전략을 통해서 많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고, 사회에서 하나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명확한 결과 중 하나는 여성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법이나 공적 영역에의 여성진출로 해결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 예를 들어 빈곤의 여성화,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의 문제들(이런 문제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합이 만들어내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님도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주류화 전략을 통해서 이런 여성의 문제들이 법이나 제도적인 논리 안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성매매 문제가 가장 잘 보여주고 있죠.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에 유입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문제, 그리고 여성의 성의 상품화 문제가 도처에서 심화되고 있는 문제 등은 성매매 방지법 상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논의될 수가 없는 것이죠. 법이라는 것이 그런 구조와 맥락을 인정하는 속에서 특정한 것을 다루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성주류화 전략에 대해서 입장이 다르다면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바로 성매매 문제죠. 여성행진에서 여성노동자, 빈민 여성, 여성농민, 장애 여성, 동성애 여성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가 들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여성행진 신문 1면에 있죠!), 결국 모든 것은 성매매 문제로 압도되어 버렸습니다. 여연이 이 문제를 이유로 제시한 것 또한 이 문제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연이 이에 대해 공적인 자리에서 더 많이 토론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성매매 방지법에 비판적인 입장은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오만이죠. 위에서 얘기했듯이 성매매 방지법을 통해 탈성매매한 여성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하는 현실에서 양쪽의 평가 모두를 들어보는 것이 맞는 거죠. 성매매 방지법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현재 위험한 짓이라고 얘기를 하면서 논쟁을 봉쇄하는 것은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무쉬칸 독자

    풀잎/다른기사에"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해 애써온 '다시함께센터'같은 존경스럽고 휼륭한
    분들,이라더니"여연같이 열심히 여성주의를 위해 활동해온 훌륭한 단체를"이라고 글마다 덧글
    달면서 성노동자에 호의적인 분들을 폄하하시는군요
    님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자유요,그렇다고 당신과 생각이 다른분들을 폄하하진 마시오.
    나 또한 예전엔 당신같은 생각을 한적이 있소.
    여성계 대변인처럼 홍보글 쓰지말고 엉뚱한데 딴지 걸지마시오,
    대화조차 하지 않는건 기득권자의 참세상과 빈자의 참세상은 다른것이오,
    들어나지 않은 그들과 관계된 기사쓰면 안되는것이오^^
    님이 참세상 독자면 나또한 참세상을 아끼는 독자요.
    참세상 만세^^
    기자님 만세^^

  • 여/성

    사회진보연대 등 좌파단체가 '성매매'가 아닌 '성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과 연대를 시도한 것은 이론적인 의욕에서 나온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단서를 달자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에 소홀해온 한국 주류 여성운동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 성노동자(성) 인정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소외된 노동을 껴안고 참노동을 지향하는 것이 좌파의 본분입니다. 그러나 저는 성노동이라는 노동의 속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성은, '인간다운 노동'이라는 전제가 빠질 수 없습니다. 즉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노동(자)로 규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하의 모든 임노동 관계를 노동으로, 그리고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규정한다면 구사대 노동조합이나 청부폭력노동자 조직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성기를 임대하는 형태의 서비스용역은 일반 서비스직으로 환원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유린이자 비인간화입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한시적) 신체장기 매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노동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노골적으로 결탁한, 단지 임노동관계로만 환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성매매라는 제도를 존속시킬 것이냐에 대한 정치적 선택인 것입니다.

    2. 좌파단체들이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와 연대를 선언한 것은 시기상조였다고 생각합니다.
    좌파 단체들의 주장을 볼때 성매매 근절의 의지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신뢰합니다.
    그러나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라는 조직과 연대를 표할 필요가 있었는지요. 물론 여러모로 고려하셨겠지만 지금까지 성매매 여성들이 처해왔던 현실과 관련 조직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 겸허해야 했던 것은 아닌지요.
    제가 보기에 이 조직은 포주들과 독립적이려고 시도하는 듯 하지만 집회에 '삼촌'들이 호위하는 등 그 관련성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의 독립적 전망도 모호합니다. 무엇보다 상당수의 포주들이 그 자신 성매매 여성 출신이거나 성매매 여성들과 오랜 세월 깊고도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추이를 지켜보는 신중함이 필요했습니다.

    3. 성매매 근절을 목표로 하는 성매매 합법화는 필요합니다.
    물론 저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여성의 빈곤화와 뗄수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해온 이 기형적인 시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상당히 치밀한 개념 규정과 장기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성매매 근절을 위한 현실 정책들은 모두 성매매를 일정하게 합법화하고 있습니다. 단, 소위 '공창'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그 자체를 '항구영속화'하는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의 직업 전환과 재활 교육을 위한 제한적 합법화(소위 '비범죄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국가적 예산을 들여 재활 시설과 교육을 집결지 근처에서 끊임없이 실시한 사례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보험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신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 빈곤 문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특히 치밀한 정책없이 성매매를 합법화한다면 제3세계 이주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면서 과거보다 더 나쁜 악순환에 빠질 것입니다. 실제 성매매 근절에 대한 의지 없이 전면 보험 실시 등 경제적 권익을 부여했던 서유럽의 '기계적 합법화' 모델은 성매매를 근절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제3세계와 동구 이주 여성들의 지옥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한 세대에 끝날지 알 수 없으며 성매매 산업 종사자가 완전히 제로가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 근절이라는 목표를 희석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즉 '생존권 보장'과 '성노동 인정' 사이에는 수없는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합법화가 소위 '성노동(자)'라는 개념을 채택해야만 가능하다는 좌파 단체들의 주장에 비약이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성매매 근절을 지향한다는 추상적 목표만 있을 뿐 실제 성매매 근절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보다는 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은 아닌지요? 현재의 여성 빈곤 뿐 아니라 서유럽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이주 여성이라는 잠재적 여성 빈곤을 감안한다면 좀더 치밀한 정책 연구를 하셔야 합니다.

    4. 주류 여성운동 단체들은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성매매특별법과 관련한 비판을 받고 여성운동 단체들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에 관심을 둔 정책을 발표해온 것은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주류 여성운동 단체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성매매특별법 실시 이전에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치밀한 정책을 고민하지 못했다는 점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요. 솔직히 관심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류 여성운동 단체들은 성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비단 성매매 문제 뿐만이 아니라 성표현물에 대해서도 그러했지요.
    특히 성노동자성 자체를 논의 혹은 상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단체의 책임성에 걸맞지 않은, 매우 회피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이런 상황이 불거진 것은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당신들의 야심찬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까?
    저는 이런 논의가 매우 커다란 도전이지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주류 여성운동은 조직내 성문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논의를 회피해선 안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여성 노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본주의 모순만 기계적으로 바라볼뿐 가부장적 폭력과 여성 모순에는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궤변입니다. 모순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양쪽 모두에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은, 결국 성매매라는 제도를 근절할 것인가 아니면 영속시킬 것인가 라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서까지.

  • 쭌모

    이 긴 댓글의 행렬에 어머 님이 이글을 발견하실까 모르겠으나..제가 쓴 글을 잘못이해하신것 같아서요.
    퀼트가 3일에 도착한것은 맞는데요. 서울측 공식행사일정이 4일에 있었다는 말씀을 쓴거였거든요.
    공식행사전에 필요하다는 곳마다 다 퀼트를 돌리는 것이 맞는지? 그것에 관한 의문이었답니다.

  • 옹옹

    공식행사의 기준이 뭔가요?
    퀼트가 누군가의 소유이거나, 받을 자격이 따로 있나요?
    퀼트가 돌아가는 의미를 쭌모님이 전혀 모르시거나,
    혹은 여연(이 회의를 참석하셨다니까)이 패권적으로 설명한거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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