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에는 국화꽃이 놓였고,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그를 찾았다. 오늘도 만여 명의 시민들은 시청 광장에 모여 그의 유언을 외쳤다. 사회자는 "살아있는 국민들이 재협상을 이뤄내야 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막아내야 한다"고 하자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였다가도 다시 힘을 내는 분위기였다.
분향소 설치에 앞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사회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분신은 안된다. 살아서 투쟁하자"며,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 가운데 오늘 사망한 이병렬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리본을 나누어 달기도 했다.
▲ 표창장과 훈장을 정부에 반납하러 나온 국가 유공자 |
57세 국가 유공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정말 죄송하다. 이 표창과 훈장을 정부에 반납한다. 국가 유공자들 전부가 보수가 아니다. 국가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법무부, 경찰청 등 정부에서 준 표창장과 훈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병렬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천만이 모이자"고 호소했다.
6.10 백만 촛불 대행진을 앞두고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일 이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했다.
오늘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무금융연맹 조합원들은 21년 전 6.10 항쟁 당시의 넥타이 부대를 다시한번 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운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차장은 10일 오후 6시 조계사에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 포기 촉구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라며 "법회가 끝난 후 시청앞 광장으로 와서 백만 촛불 대행진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촛불 집회가 끝난 후 만 여명의 시민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행진을 하며 내일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청계천 광장에서는 '너 때문에 잠 못 잔다'는 제목아래 문화예술인들이 각종 행사를, 시청 앞 광장에서는 교수.학술 3개 단체가 주최하는 "촛불시위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의 제목으로 국민 토론회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