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검은 모래를 갈아엎어라

[손미아의 칼럼] 자본과 정부의 추악함에 아름다움의 미덕은 통하지 않는다

타르, 그 자체가 발암물질

태안 타르는 태안 주민의 생계뿐 아니라 이미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타르는 인체에 발암을 유발한다. 타르 자체가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타르의 일종인 석탄, 석유등이 산화되어서 발생하는 검댕이(콜타르피치)는 1775년 Percival Pott에 의해 영국 굴뚝청소부들의 음낭암발생의 원인물질로 알려져왔다. 굴뚝청소부들은 대개 어린 소년들로, 영국 가정집에 놓여진 굴뚝속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나무연기가 달라붙어 형성된 검댕이를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작업을 하는 동안 검댕이가 피부에 붙어서 음낭암을 유발한 것이다. 이 콜타르피치에 의한 음낭암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먼저 발견된 암의 원인물질일 것이다.

원유가 해안에 누출되어 그 자체가 산화되어 덩어리져 있는 타르는 그 자체가 발암물질인 것이다. 이 타르속에 있는 여러 발암물질중에서도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있는 성분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Benzophyren등과, 이 외에에도 nitrosamines, chlorinated paraffins, long-chain aliphatics, sulfur, N-phenyl-2-naphthylamine, formaldehyde 등이다.

원유유출사고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발생했는데, 걸프만, 영국, 말레이시아, 중국, 미국 해안에서도 원유가 유출된 곳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가 발견되었다 (Botello 등 1997, Troisi 등 2006, Zakaria 등 2001, Wang 등 2007, Harwell & Gentile 2007).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광양만 연안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가 축적된 것이 발표되고 있다 (정홍호 등, 2006).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는 분자구조가 2개이상의 벤젠고리로 구성되어있고, 200여 종의 여러 이성질체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홍호 등, 2006). 선박의 기름유출사고로 배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는 해수를 통해 해저에 퇴적되는 특징이 있다 (정홍호 등, 2006).

이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나 Benzophyren 은 생체대사과정에서 암 유발물질인 동시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악성유기전구체로 알려져 있다 (정홍호 등, 2006).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PAHs)는 유전자변이 (mutation, mutagenic, genotoxic effects)를 유발하여 발암을 유발하고 있다. PAHs 나 Benzophyren을 포함한 석유계 불순물들이 유발하는 암의 종류에는 기관지암, 후두암, 폐암, 직장암, 식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이 있다 (Tolbert 1997). 특히 타르에서 방출된 PAH에 노출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암 종류들은 폐암, 피부암, 방광암, 후두암, 신장암, 전립선암등이 있다 (Boffeetta 등 1997). 특히, 폐는 PAH 발암성의 주요 표적장기이며, 피부에 폭로증가로 인한 피부암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Boffeetta 등 1997).

그러면, 해안의 토양, 모래속에 스며들어간 PAH가 어떻게 발암을 유발하는가? 그것은 바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하여 인체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해안가에 새들의 부리를 통하여 먹이사슬을 통하여 PAH가 세포내로 흡수되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Troisi 등 2006).

지난 1월 18일-22일 사이에 태안과 서울역 앞에서 절규하는 태안 주민들, 그 절망과 분노로 자신의 목숨조차 끊어버린 태안 주민들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사느냐 죽느냐의 급박한 상황속에서 10-20년 뒤에나 발생할 발암의 위험은 나중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태안의 문제는 태안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 국민이 태안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무능력한 정부와 원인제공자인 삼성중공업이 태안 문제를 해결하게끔 압력을 가하자.

정부와 삼성중공업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

12월 7일이후, 태안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부의 무대책이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들이 마치 정부의 무대책에 조응이나 하듯이,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호소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끊겼다고 태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단다 (한국일보 2008.2.19). 정말 그런가? 아니다. 정부의 태안 주민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무책임과 삼성중공업 자본가들도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과 국민에게 사죄할 때인지도 모르는 정부의 인면수심이 바로 태안 주민의 눈에 피눈물을 흐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자원봉사자들의 고사리 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나이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고사리손들이다. 고사리손들이 하루 만 원, 2만 원씩 자비를 들여가면서 새벽잠을 설쳐가며 봉사를 하고, 잠깐이나마 주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것은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런 인간애가 없다면 우리가 도대체 살아갈 힘이라도 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자원봉사로만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빨리 태안반도에 포크레인 등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장비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타르덩어리, 발암물질을 빨리 제거하기 위해서는 태안에 중장비등 기계와 첨단설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름 그대로 중공업의 대표기업이 아닌가? 포크레인만 있겠는가? 고도의 첨단장비가 다 있을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적임자이다. 태안의 검은 모래는 원인 제공자인 삼성중공업이, 첨단장비를 가지고 책임지고 퍼내야 한다.

하루만 다녀온 자원봉사자들도 문제의 본질을 대번 느낀다. 처음 몇 시간 동안 바위만 보고 도를 닦듯이 바위를 닦다가, 불현듯 아래를 쳐다본 시선 끄트머리에서 모래바닥에 드러난 타르덩어리를 발견하고는 호기김에 숟가락으로 땅을 파보다가, 해안 전체의 모래바닥속에 깊게 묻혀있는 타르덩어리를 발견하고는 놀래 뒤로 자빠지는 형국이 되리라. 그리곤 곧 깨닫게 되리라. 이것은 도저히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기름범벅이 되고, 이미 토양에 깊숙이 침투되어있는 타르 찌꺼기들은 고사리손으로 수 백 수 천일을 붙어있어도 도저히 해결되기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저자 또한 답답한 마음에 지난 2월 초에 자원봉사를 다녀왔었다. 오전에는 헌 옷가지만 가지고 문질러대다가, 오후엔 자원봉사자들이 커피를 끓여주는 간이천막 근처에서 숟가락을 가져다가 땅을 파보다가, 그 다음에는 저 멀리에서 포크레인이 작업하는 것을 보고 절망하였다. 내가 하루종일 할 일을 저 포크레인은 단 몇 분만에 다 하지 않았는가?

또한 자원봉사자 고사리손들은 그냥 오는가? 이들이 왔다가는 차비와 이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의 기름값과 고사리손들의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 바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것이다. 정부의 것도 아니고, 삼성중공업의 것도 아니다. 태안의 어느 해변가에 3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갔다면 적어도 3백만 원의 비용이 소모된 것인데, 문제는 3백만 원어치의 포크레인을 하루동안 임대해서 타르찌꺼기와 검은모래를 바닥에서부터 갈아엎어버린다면, 문제는 한번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의 고사리손은, 매일 다른 고사리손이 왔다가면서 백 번을 반복하지만 끝낼 수 없다. 결국 삼성중공업 자본가가 3백만 원 아끼려는 순간 우리 국민은 3억 원을 써버리고 있다. 현재까지 자원봉사자들이 백만 명이 넘었다면, 이미 천억원 (1,000,000명 x 10000원)의 비용이 날아간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중 삼중으로 국민의 재원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결국,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는 정부와 삼성중공업이 무능력을 표방하면서 교묘하게 백성들을 부려먹고만 있는 것이다. 자본과 그를 추종하는 정부, 이들의 추악한 모습에 아름다움의 미덕은 통하지 않는다. 아니 아까울 따름이다. 오직 온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갈아엎는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무능력에 온 국민이 나섰지만, 이제 자원봉사로만은 안된다. 이제, 태안의 발암물질, 타르에 찌든 검은 모래를 갈아엎어야 한다, 무능력한 정부를 갈아엎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손미아 님은 강원대학교 예방의학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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